세상이 요란하다. 이라크의 후세인이 땅굴 속에서 체포될 때도, 무역 센타를 비행기로 관통시켰던 테러의 대부 빈라덴이 사살되었을 때도, 리비아의 카다피가 반군에 체포되어 사살된 시체가 정육점 냉동고에 방치되어 있을 때도 이처럼 전 세계가 두고 두고 요란을 떨지는 않았다. 김정일의 급사에 대해 이렇게 전 세계가 요란을 떠는 이유가 무엇일까?
김정일이 그만큼 유명해서일까? 그의 급사가 애석해서일까? 세계의 평화나 질서에 기여한 공로가 조금이라도 있어서일까? 그 사후에 일어날 사태가 염려스러워서 일까? 악명이 높은 것도 유명하다는 말의 범주에 포함이 된다면 유명하다고 치고 김정일이 카디피나 후세인, 빈라덴보다 특별히 더 유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일의 급사가 애석해서일까? 그의 죽음에 대해 애석해 하는 사람이 있다면 북한에 살고 있는 인민들, 어릴 때 부터 세뇌되어 김씨 일가를 신처럼 모시는 인민들, 귀가 막히고 눈이 가려져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모르는 인민들이나, 아니면 그 독재 정권의 수혜자들 외에 또 있을 것인가? 평양 인민들의 오열마져도 연출된 것이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가 세계의 평화나 질서에 기여한 바가 있는가? 아무리 역설적 질문이라도 이런 질문은 그야말로 우문이다. 이미 고인이 된 그를 두고 구체적인 악행이나 북한의 실상을 논할 생각은 없다. 단지 미국이 조의를 표명했다는 것에 황당할 뿐이다. 조의라니 그의 급사가 애석한가? 그렇다면 후세인의 사형이나 빈라덴의 사살, 카다피의 피살에는 왜 조의를 표하지 않았는가?
그들은 적이었고 작전 중에 체포 혹은 사살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적이 아니고 우방이었던가? 대적 중인 적장이라도 존경하고 인정하는 경우는 있다. 비록 상황이 그래서 서로 대적을 하고 있지만 인품이나 기타 영웅적 행동이 존경스러워서 죽이고도 아니면 차후 죽음에 대해 애석해 하는 경우를 우리는 역사상 많이 보아 왔다. 김정일이 그에 해당하는가?
조의의 수준이 김정일의 죽음에 대한 직접적 애도의 뜻은 없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고국은 그 정도의 조의도 못마땅하다. 김정일이 누구인가? 우리와 대적하고 있는 전쟁 당사자가 아닌가? 천안함을 폭파하고 연평도에 포격을 가해 우리 국민들을 무차별 살상한 현재 실존하는 적이 아닌가?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예의일지도 모른다.
지난 19일자 호주의 모 래디오 방송에서 김정일의 급사를 속보로 보도하면서 전 세계에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웃음을 유도하는 것을 들었다. 단순한 우스게 소리가 아니라 듣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 속으로 동조하는 웃음이 아닌가 싶다.
유명해서도 애석해서도 아니고, 모기 뒷다리 털 만큼의 기여가 있는 것도 아니라면, 전 세계가 이처럼 소란을 떠는 이유는 그의 급사가 미칠 차후의 파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당장은 이로 인한 내부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도발을 할까 우려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처럼 무모한 집단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니 전 세계가 소란을 떠는 것은 아닐까?
김정일 급사 소식에 평양을 두번이나 방문했던 케빈 러드 외무장관의 첫 반응은 “북한은 지역내 위협적인 존재였다. 평양에 영향력을 가진 모든 세력은 북한이 자제력을 발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지역의 군사력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다면 지도자의 교체라는 이 위기의 시기에 자제와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였다.
웨인 스완 연방 수상 대행 또한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군사력의 집중 지역이며 전쟁 발발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이다.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고립된 곳이며 가장 위험한 나라이다. 핵무기 개발 계획은 지역은 물론 호주에도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 김정일 사후 지역내 안정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모두들 그의 급사가 혹시 도발을 가져 올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의 첫 반응은 후계자를 중심으로 안정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행여 김정은이 이뻐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후계 구도가 빨리 안정되어야 무모한 도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집단이 얼마나 무모하고 예측 불가능한 집단인가 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그런데 거기에 대고 어떤 수준이든 조의를 표명하다니, 우리가 지금 국가간의 의전 절차나 따지고 있을 입장인가 그 말이다. 본보는 김정일의 급사가 북한 동포들의 지옥같은 삶이 조금이나마 개선될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정일의 급사가 한반도의 통일을 앞 당기거나 최소한 더불어 사는 우호 관계로 발전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따라서, 고국 정부가 조의의 수준이나 고민하고 의전이나 따지기 전에 우리가 원하는 바가 무엇이며 얼마나 강렬한지 그 의지를 세계에 표명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아니면 차라리 처음부터 끌어 안고 나가서 천안함 피격이나 연평도 포격이 없도록 했어야 했다. 철학도 없고 일관성도 없는 위정자들을 보며 답답하다.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와 같은 입장은 없다. 우리는 우리의 번영과 생존을 위해 두고 두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당사자이다. 김정일의 급사에 대한 세계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고 있을 입장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당사자라는 것을 세계가 알 수 있도록 무엇인가를 보여 주어야 한다. 북한을 자극할까 두려워 눈치나 보고 있을 입장이 아니다.
끝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과분한 마지막을 축하한다. 후세인처럼 체포와 재판과 사형을 당하는 과정의 고통을 당하지도 않았고, 빈라덴처럼 숨어 다니다가 기습을 받고 가족 앞에서 사살 당하지도 않았으며, 카다피처럼 반군에 체포되어 치욕을 당하다 사살되어서도 정육점에 버려진 굴욕도 없었다. 미국을 위시한 전세계의 조의(?) 속에 갔으니 독재자의 말로치고는 과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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